지워질까 / 천숙녀
가파른 삶 오르면서 아침 오기 기다릴 때
눈 가득 고인 눈물 한 밤을 지새우며
잠이든 폐포肺胞를 깨워 밀봉된 편지 뜯는다
창문으로 맑은 바람 조심스레 불어들고
조간신문 잉크 냄새가 녹슨 어제를 닦으면
햇볕도 지하방 벙커에 깊숙이 따라왔다
스무 계단 내려서면 머무는 곳 지하방
달도 별도 아득하여 숨죽여 흐르는 강
고단한 생의 흔적이 언제쯤 지워질까
싱싱하게 물오른 새벽 강을 기다렸다
가슴에 불 지펴주는 푸른 영혼의 피뢰침
어둠이 길을 내주며 세상 아침 열어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