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 성백군
종종 가는 호숫가
미루나무 우듬지에서 흔들이는 새 둥지
지난겨울 동안, 바람에 수리하더니
드디어 봄볕에 도배했구나
대문은 열려 있고
집은 새집인데 주인 없는 빈집이라
궁금합니다
풍문에 의하면
내가 나고 자랐던 내 고향집도
빈집이랍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나그네가 살고 있었는데
나를 기다리다 못해, 애달파 아래채 서까래가 무너져 내린 후
빈집이 되었답니다
오랜 이민 생활에
귀향길을 잊어버린 나나
찌르레기 울음소리 듣고도 불러들이지 못하는 새 둥지나
빈집이기는 마찬가지
네 그리움이 내 그리움이고
내 그리움이 네 그리움이라
봄볕에 꼬박꼬박 졸리는 동병상련
온몸이 가렵습니다.
1379 - 0409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