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by오연희

일회용품, 이렇게 써도 되나

posted Sep 1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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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여자들끼리 몰려다니며 열심히 사다 모은 본차이나 그릇이 장식장 안에서 쿨쿨 잠을 자고 있다. 손님 대접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에 예쁜 컵이나 접시를 사용하려고 하면 '설거지도 안 하고 편하잖아' 하며 말리는 바람에 결국 일회용을 사용하고 만다.

음료나 음식 담는 일회용 용기의 선택 폭이 얼마나 넓고 다양한지, 나는 별생각 없이 마구 쓰고 버린다. 일회용 용기에 음식 먹다 남은 것까지 그대로 쓰레기통에 쏟아 넣기도 한다. 음식 쓰레기를 갈아서 버리는 디스포저가 있지만 몇 번 막혀 고생한 적이 있어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일회용 컵을 쉽게 버리지 않는 이웃분이 있다. 한번 사용한 일회용 컵을 뒀다가 다시 사용하려고 찾아보니 아들이 쓰레기통에 버렸더란다. 아들 말인즉 우리가 열심히 소비해 줘야 물건을 또 만들고 일자리가 생겨야 경제도 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했다며, 듣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예전과 다름없이 일회용 컵을 재사용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분리수거가 철저하게 생활화되어 있는 한국에 비해 미국은 정말 고개가 갸웃해질 만큼 이 방면에서는 헐렁한 것 같다. 한국을 다녀오면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은 생각에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미국은 땅이 넓어 걱정이 없나 보다 혹은 똑똑한 사람들이 알아서 하겠지 하며 금방 이곳 생활로 돌아온다.

미국이 분리수거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처음 이사 왔을 때 우리 집은 나무나 잔디 같은 썩는 것을 담는 그린 쓰레기통, 재활용품 쓰레기통, 그 외 일반 쓰레기통 이렇게 세 개였다. 그런데 어느 날 재활용품 쓰레기통은 없어지고 대신에 그린 쓰레기통을 하나 더 갖다 놓았다. 나무가 많은 집을 위한 배려라고 한다.

재활용 쓰레기통이 없으니 페트병이나 캔 같은 것을 일반 쓰레기통에 넣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금방 익숙해졌다. 그런데 큰 손님을 치른 후 뒷정리를 돕던 누군가 물병을 따로 잔뜩 모아 두었다. 재활용품을 챙겨가던 사무실 여직원이 그만두자 사무실에도 빈 물병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발로 꽉꽉 밟아 차 트렁크에 실어 리사이클 하는 곳을 찾아갔다. 큰 통에 와르르 부어 용량을 달았다. 10불이 넘었다. 쓰레기가 돈이 되는 순간, 기분이 아주 묘하게 좋았다. 리사이클로 300불을 모았다며 아프리카 소망 우물파기 성금으로 선뜻 내놓은 김 집사님이 생각났다. 300불 어치 리사이클 병의 엄청난 부피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내가 간 곳은 돈을 랠프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으로 주었다. 뭘 살까 즐거운 고민을 하며 마켓 안을 둘러보다가 육포를 하나 사서 출장길에 넣어갔다. 아무튼 이번 일을 겪으며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리사이클 센터와 리사이클 하려고 줄 선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다. 타고 온 차들을 둘러보니 빈부와는 별 관계가 없어 보인다.

한 번 쓰고 버리는 개념의 일회용품이 넘쳐난다. 품질이 좋으면 몇 번 더 사용할 수도 있지만 결국은 버려진다. 새삼 버려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환경보호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잘 사용하고 잘 버려야겠다는 자각이 인다.






미주중앙일보 < 이 아침에>  2015.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