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자개장
오연희
흐트러짐 없는 여왕의 자태
차곡차곡 채워넣은 세월
허접한 내용물도 번듯하게 포장시키던
친정집 안방 자개장
불러도 불러도 지겹잖은 꽃노래
'이게 얼마짜린줄 아니?'
반들반들 광 내실때
엄마의 자존감은 반짝반짝 빛을 발했지
안방 차지했다고 큰소리쳐도
문밖의 세월 이기지못해
찾는 이 없는 애물단지 신세
중고품점에 알아보니
돈주고 부숴야 한다네
가위 눌린 듯 소리 되지 못하는
빛 바랜 위엄
쫒기듯
남은 생 실으러 실버타운 가시는
우리엄마
2016 미주문학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