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국수
오연희
어른들 세상은 어차피
상관없었다
죽은 자가 누군지 말해주는 이도 없었고
들었다 해도 내 세상 밖의 바람 소리였던
유년의 마당
휘청이는 허연 천막
눅눅한 그늘 속
국수 한 그릇 후루룩이는 어른들의
웅크린 등이 아슴하다
한 어른이 곡을 하고 나오면
다음 어른이 들어가서 곡을 이어가던
일정한 리듬의 곡성 그 뒤편은 그저
적막한 어둠뿐
숨죽이고 있던 숨
폭포수로 터지는 슬픔의 임계점
대책 없이 축축한 날은
잔치국수로 때우고 싶다
외로움이 안개처럼 몰려오다가도
굽은 등의 담담함이 고요히 찾아드는
삶과 죽음이 알맞게 양념 쳐진
그 시절의 잔치국수
한 그릇
-미주문학 2016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