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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4 01:29

머리 가려움증과 한국인의 정

조회 수 379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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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가려움증이 좀체 낫지 않는다. 이것저것 좋다는 것 다 해 봤지만, 차도가 없다.


동부에 사는 친구와 통화하다가 자연스레 말이 나왔고, 자기 이웃 중에 약에 대해 잘 아는 한인이 있으니 물어봐 주겠다고 한다. 사람들이 아프면 일단 그녀에게 묻길래, 발에 염증이 생긴 친구도 별생각 없이 털어놨더니 성의껏 답해주고, 한번 사용해 보라며 연고 샘플까지 주더란다. 오랜 약국 캐쉬어 경험을 십분 활용하는 정 많은 이웃이라며, 미국인데 괜찮나 싶으면서도 도움을 받으니 고맙기만 하단다.

한편 미국 큰 병원 의사인 자기 아들은 어디가 아프다고 해도 전공 분야 외에는 선뜻 입을 열지 않는단다. 의료보험 커버가 어떻게 되는지 진료받으려는 의사의 평가는 좋은지 등등. 객관적인 부분은 조사해 보고 가이드를 주지만, 처방에 관해서는 그 이웃한테 묻는 게 빠르다. 그러니까 미국 병원 의사 아들보다 한인 약국 캐쉬어 이웃이 현실적으로 더 도움이 된다는 뭐 그런 얘기다.

멍석이 깔렸다 싶었는지 줄줄이 이어지는 말, 한국 사는 자기 조카도 자기 아들과 같은 전공 의사인데 친척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다. 자기 전공 분야가 아니라도 거리낌 없이 조언해 주고, 병에 걸린 친척을 위해 그 병 관련 전문의 친구에게 부탁해서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 치료를 받게 하는 등 특별한 혜택을 안겨준다.

미국과는 비교 불가능한 문화권인 줄 알지만, 한국인의 '정'과 '특혜'의 경계선이 참으로 애매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캐쉬어 이웃처럼 따뜻한 배려나 친절은 '정'으로 받을 수도 있다지만, 순서를 기다리는 환자를 제쳐놓고 새치기하는 것은 특혜의 범주에 들지도 모르겠다. 생명과 관계가 있다면 분노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다.

한국에서의 특혜는 다양한 부분에서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힘없는 사람의 살맛을 앗아가는 그 힘, 편법을 사용하며 누렸던 특별한 혜택이 결정적인 순간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 요즘 한국뉴스를 접하며 실감하고 있다. 팔이 안으로 굽듯 친구는 자기 아들의 사고방식이 각자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미국 사회의 정의 교육 덕분이라 하고, 나는 소송 천국인 미국에서 의료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심리 때문이 아니냐고 딴지를 건다.

아무튼, 병은 소문을 내야 한다고 해서 머리 가려움증을 주위에 알렸더니 흰머리 날려고, 머리 빠지려고, 갱년기 증상 등 의견이 분분하다. 머리카락 관련설이 사실이라면 백발이 되었거나 대머리가 되었을 텐데 괜찮은 것을 보니 마지막 의견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 그럴듯한 조언에 귀를 세우고 해독 효소 복용, 커피·콜라 안 마시기, 수영 안 하기, 샴푸·린스 바꾸기, 물 많이 마시기, 내과 병원 진단, 한의원 뜸 뜨기와 조제약 뿌리기 등 해 볼만큼 해봤는데 여전하다.

몇 년째 불편을 겪고 있으니 한국인의 정으로 비법을 공개해 줄 분이 나타나면 좋겠다. 인사청문회 나갈 가능성 제로 퍼센트니 그 점도 전혀 문제 될 게 없음을 밝혀둔다.



미주중앙일보 < 이 아침에> 2017.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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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uck 2017.06.14 02:16

    한국인, 정(情)

    한국인 부부, 사랑 없인 살아도 정 없인 한 이불 못 덮는다


    사람과 동물을 구분 짓는 제1의 특징으로 흔히 ‘언어 사용’을 든다. 

    배고픈 걸, 추운 걸, 연애하고 픈 걸, 다름 아닌 말[言]로 표현할 수 있어야 인간인 것이다.


    그만큼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한국인이 ‘정 

    알고 보면 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소리는 특정인에 대한 기존의 평가를 재고하게 만들 수 있는 

    아주 우호적인 표현의 하나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도시 ․ 농촌, 고소득 ․ 저소득, 화이트칼라 ․ 블루칼라, 
    즉 생활조건의 차이에 상관없이 
    어째 그리 정이 없나, 오만 정 다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 1471415339111-1.jpg


  • Chuck 2017.06.15 03:43

                 - 세월이 나를 만들고 있다 


             나는 젊었을 때 노년이 오리라고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세월이 나를 노년층이라고 부르고 있다. 

                  나는 젊었을 때 인생의 진미를 먹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세월이 고난과 역경으로 단련을 시키면서 

                  겨우 50세에 먹도록 하였으며, 여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었다. 

                  70세에 미세(微細)한 깨달음을 주시고 그 깨달음을 

                  날마다 글을 쓰시게 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90세인 어머니의 경험의 말씀이 나에게 맛을 내게 하는 

                  조미료(調味料)가 되고 있다. (정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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