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무는
벌거벗은 사람이다
내 서재 밖에서 혼자서만
땅과 45도 각도로 뾰족하게
꼼짝달싹하지 않고 서 있는 나무 한 그루가
수직으로 뻗은 다른 나무들 허리를
슬쩍 가로 지른다
다른 나무들이 이구동성으로
“이 놈이 왜 이래?” 한다
그 겨울 나무는
눈도 코도 궁둥이도 없는 사람이다
말도 못하고
모순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피부가 거무티티하고
키만 형편없이 큰 사람이다
땅과 45도 각도로 기울어진 채
허리가 삐딱하게 휘어져도 아픈 줄 모르고
내가 죽고 난 다음에도 그냥 그대로 서 있을,
늦은 오후 비라도 죽죽 내리는 날에는
남 몰래 엉엉 울고 있는 사람이다
© 서 량 2005.02.17
벌거벗은 사람이다
내 서재 밖에서 혼자서만
땅과 45도 각도로 뾰족하게
꼼짝달싹하지 않고 서 있는 나무 한 그루가
수직으로 뻗은 다른 나무들 허리를
슬쩍 가로 지른다
다른 나무들이 이구동성으로
“이 놈이 왜 이래?” 한다
그 겨울 나무는
눈도 코도 궁둥이도 없는 사람이다
말도 못하고
모순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피부가 거무티티하고
키만 형편없이 큰 사람이다
땅과 45도 각도로 기울어진 채
허리가 삐딱하게 휘어져도 아픈 줄 모르고
내가 죽고 난 다음에도 그냥 그대로 서 있을,
늦은 오후 비라도 죽죽 내리는 날에는
남 몰래 엉엉 울고 있는 사람이다
© 서 량 2005.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