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남 면 대소리 뱃사공네 이야기

by 김사빈 posted Oct 0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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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가 홀애지 된 이유

   내가 부남으로 이사 와서 들은 살아 있는 이야기 중에 첫 번째는 곱단이의 이야기이고 두 번째는 4대가사는 뱃사공이야기입니다 . 부남은 삼면이 강으로 되어 있다 무주읍에서 부남을 가려면 차길은 6시간을 돌밭 길을 터덜거리고 가서 대소리 근처에 내리면 오리는 걸어 들어와야 한다.
그러므로 걸어서 30리 길을 걸어서 들어온다. 들어오자면 9번을 강을 건너서 와야 한다. 강이 깊지는 않지만 폭이 넓어 무릎위로 걷어 부치고 걸어서 이쪽에서 저쪽으로 걸어가면 강물 결이 찰랑 찰랑 거리며 비단결을 이루는 것을 보며 강 밑에 피라미 중태기까지 보여 그걸 보면 걸으면 지루하지도 않고 심심치 않는다. 조금 걸으면 강이 나와 물속에서 물장구치듯이 즐거운 마음으로 건너간다. 산새가 험하지 않고 나지막한 등선을 넘어가면 그것도 아주 재미있다 찔레꽃이 핀 날엔 하얀 찔레꽃잎도 따서 입에 넣고 , 길가에 나물도 뜯어가며 걸어간다. 무주읍에 나하나 중학교를 다니게 되어 토요일 오후면  강을 건너 서 부남으로 오고 일요일 저녁때면 다시 무주 읍으로 걸어가는 길 . 이 길을 삼년을 다니다 보니 아주 정이 들었던 것이다 가난한 부남은 개화 되어 동네 산 날 망에 예배당에서 새벽 마다 울리는 종소리에 온 동네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난다. 땅이 없고 밭이 많아 고구마 옥수수로 끼니를 때우는 이동네 사람들 그래도 선량한 사람들이다 순박하게 살아간다.  대소리 뱃사공 집은 대우리 동네에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것이다 그곳에 작은 마을이 몇이 있는데 그 강은 폭은 넓지 않아도 깊이가 깊어서 배를 타고 가야 한다. 이동네로 이사 와서 들은 이야기는 뱃사공에 4대 남자가 사는 것이 화제이었다. 곱단 이와 바우의 사랑이야기다. 삼년동안 곱단 이네 집에서 머슴 살아 주고 곱단 이를 얻은 바우가 군대를 가서 첫 휴가 나와 군으로 돌아가다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이야기다 . 곱단 이는 이 동네 가장 예쁜 아가씨였다. 많은 남자들의 경쟁을 이기고 얻은 곱단 이를 바우는 사고로 홀로 두고 갔다. 내가 열두 살에 그 동네 이사 가니까 그 소식 먼저 알려 주며 곱단 이를 보여 주어 보았다. 복술 강아지처럼 아담하고 예쁘다. 죽은 바우만 불쌍하지 하는 어른들의 말을 그때는 이해 못했다.
  할아버지 사공은 환갑이 너머 허리가 굽다  언제부터 살았는지 모르지만 할아버지가 도회지에서 예쁜 여자를 아내로 삼아 이강 건널목에서 사공을 하고 살았다. 가을이면 동네에서 거두어 주는 뱃삯과 손바닥만 한 앞뒤 텃밭과 조금 떨어진 산 밑에 일군 화전 땅에 콩 심고, 고추 심고 배추 심어 살았다. 오손 도손 정답게 산과 강과 벗 삼아 살았다. 부부는 말이 필요 없었다. 강에서 들여 주는 이야기들 산에서 들려오는 바람소리 남자 사공은 행복했다 . 그러나 여자는 하루 종일 가야 말이 없어진다 할 말이 없어진다. 누구와 말을 하는가. 바람이 대답 하고 산이 대답 하는데 그는 점 점 말수가 적어 갔다. 그러다 아들을 낳았다. 아들을 낳고 나니 남자 사공은 안심이 되었다 항상 예쁜 마누라가 도망가면 어쩌나 감시를 은근히 했다 , 강을 건너야 도회지로 나가게 되는 이길 혼자서는 못나게 되어 있다.  먼 산을 보며 도회지를 그리기 시작을 했다 . 아들을 낳으니 남편은 안심이 되는지 감시가 느슨하여 진다 . 아들을 낳은 지 백일 되는 날 읍내 가서 아기 옷을 사오마고 하여 보내 주었습니다. 그 뒤로 아기 엄마는 보지 못했다. 아기 아빠는 동네 다니면서 아기에 젖동냥하면서 울고 다녔다. 아기 엄마가 보고 싶어서 홀로 키운 아들 장성하여 도회지로 나가더니 예쁜 여자를 데리고 와서 동네잔치 하고 살았다. 그녀도 첫아들 낳고 나더니 도회지 나가더니 안돌아 왔다. 손자를 젖동냥하여 키웠다. 그 손자는 이곳에 안 살겠다고 장성하더니 도회지로 떠났다. 어느 날 예쁜 여자를 데리고 와서 장가들었다.  동네 사람들이 저 집 살판났네. 삼대 홀아비 냄새 거두겠네 하면서 내일처럼 잔치 벌렸습니다. 아이고, 저 홀아비 속에 저 예쁜 각시가 견디어 낼까 하며 염려스러워 했다.
예쁜이어자가 감자 심고 수수 심는 시골이 나는 좋아 나는 좋아 노래했다 그리하여 박수를 많이 받았다 . 그 여자가 처음에는 도회지 보다 다른 시골이 좋다더니 차차 말수가 적어 갔습니다. 그녀도 달덩이 같은 아들을 낳았다 동네 사람들이 장군 나왔네 하고 좋아 했습니다 고목나무에 꽃이 피었네 하며 백일잔치 벌려 주었다 .
백일 지나고 사흘 되는 날 예쁜 여자가 없어졌다. 그 동네 나타난 서울 청년을 따라 갔다는 소문도 있지만 아무도 모른다. 4대 남정네가 강마 루에 남아 저녁이면 달을 끌어안고 살게 되었다. 어린 손자 동네 아줌마가 불 쌍도 하지하며 젖동냥하여 주어 잘 자란다. 햇볕 한 조각이 날마다 기웃거린 만큼 행복도 퍼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