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집 2

by 이월란 posted Apr 2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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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집 2


                                                                                                                                                                                                                   이 월란
  




흔들리는 물 위를 사는 배 안엔 어디에나 튼실한 손잡이가 있었다. 어느 평면이나 끝은 모두 돋을새김의 라인으로 마무리가 되어 있었고 사방이 모두 손잡이로 연결이 된 벽이었으며 공간이었다. 식탁의 물잔 속에 잔물결 하나 일지 않는 매끈한 운항이었지만 워낙 몸체가 커서 그런지 동선이 끝이 난 다음에야 내가 전체적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었음을 깨닫곤 했었다. 선실 복도를 걷자면 살짝 취한 주정꾼의 귀여운 갈지자 걸음이 느린 사선으로 이어져 웃곤 했었다.



고의적인 어지럼증을 새삼 되새김질 하는 느낌으로 견디다 몸을 누이면, 그제서야 선창 아래 파도가 슬며시 말을 걸어 왔다. 몸속의 뼈들이 모두 푸른 너울이 되어 우뭇가사리처럼 흐물흐물 녹아내리면 파도가 슬며시 올라와 몸을 섞었고 내장들이 은근슬쩍 자리를 바꾸는 묘한 쾌감이었다. 단단한 땅 위에서도 우린 자주 속이 뒤틀려 간이 붓는다든가, 쓸개가 빠져버린다든가, 오장육부가 뒤집히는 삶의 멀미를 자주 느껴오지 않았던가.
  


동전만한 멀미 방지용 살색 패치를 귓불 뒤에 붙이고 승선하듯 가슴 한귀퉁이쯤에 멀미 방지용 파스 하나쯤은 붙여두어야 하지 않았던가. 어느 순간 우리가 발디딘 대지가 약간 기울어져 있음을, 그래서 우린 지금도 미끄러져 내리고 있음을 인정해야 했고, 흔들림을 멈출 수 없는 이 생의 공간에서도 손잡이가 필요했음을 넘어지고 나서야 깨닫지 않았던가. 끝없는 욕망에 끝을 맺어야 하는, 영원을 갈구하는 두 손으로, 시간의 한계 위를 외줄처럼 타는 우리에게도 저 십자가같은 손잡이 하나쯤 걸어두어야 했음을. 하선하는 그 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