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by 이월란 posted Apr 2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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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이 월란




어둠이 오면 동굴이 되는 사람들
태몽 속에서 유산되지 않을 목숨을 키운다
내일이면 방생할 몸
재난을 대비하려
새로운 가면이 벽에 걸리고
수의(壽衣)를 준비하듯 내일 입을 옷을 꺼내어둔다
염(殮)하듯 구석구석을 씻어낸 후
관속에 눕듯
정결히 누워 죽음을 연습한다
두려움에
그리움의 외줄을 타는 광대놀이
환한 빛 아래 중성이어야 했던 그들, 마음놓고
암컷이 되고 수컷이 된다
가뭄을 익혀 눈물병에 물을 저축하고
태양을 복제한 백열등 아래 진창길 육신을 말리며
무릎 오그린 태중의 모습으로
양수같은 어둠에 안기면
기어코 날짐승이 되어
가슴에 사다리를 놓고 별을 따러 올라간다
꽃이 되고
바람이 되고
안개가 되고
하늘로 쏟아져 올라가는 사람들의 빗소리
포도(鋪道)의 기승에서 도망친 사람들은
어둠의 낭하(廊下)에서 차라리
행복해지고 마는 것이다
서러운 금단(禁斷)의 순간이 날아다닌다
페시미즘의 지병을 다스리는 소리
농밀한 어둠과 동침에 들어가는
동굴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