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책 속에

by 박성춘 posted Feb 07, 200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생명책 속에


돌아가는 것은 시간이 흐르는 것
지구가 태양을 잡아 돌듯
거실 벽시계 바늘이 돌아가는 것은
전혀 상관 없는 일일까

지금
어떤 사유에서든 돌아가시는 분이 있다
시간은 어느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
사람이 태어나 흐르는 시간과 함께 나아가다
죽음이란 과녁에 꽂혀
박제된 시간속에 갖히는것?
돌아가신 분은 제자리로 돌아가신것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신것

사는 동안 왕이되건 거지가 되건 시인이 되건
모두 다 흙으로 돌아가는 것
불멸을 위해 미이라가 되지 않는한
모든 이는 흙이다

지금도
내 발아래 수천년동안 뭍혀왔던 영혼들이
대지의 품속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사라진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흙속으로 사라졌으나
지나버린 인생의 웃음과 눈물과 고통과 사랑은
시간의 그림자에 고스란히 복사되어
시간 밖 도서관 열람실 책꽂이에 꽂혀있으리
생명이란 제목의 책속에 새겨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