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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시를 쓰게 되었나? - NaCl 초등학교때, 독후감이나 글짓기 숙제를 받아 오면 난, 누나에게 맡기고 놀기 바빴다. 성질 더러운 누나는 왠지 나의 부탁을 잘 들어 주었다. 내가 갓난아기때, 두 살 위의 누나는 나를 끔직히 여겼다한다. 이웃 아줌마가 누나의 반응을 보기 위해 담요를 둘둘 말아 안고 마당으로 나가려 하면 누나는 "앗추 앗추..!!" 하며 동생이 행여 감기나 들까봐 그 아줌마에게 성질을 부렸다고 한다. 초등학교 3학년때, 이해력이 둔한 내가 산수숙제를 못하고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고 앉아있자, 그 모습을 보신 아빠가 놀래서 아들의 숙제를 거들어 주시다가, 한 성질하시는 아버지가 폭발 직전에 이미 잠든 누나를 깨워 동생의 숙제를 봐 달라고 부탁하셨다. 부전여전인지라 누나는 울그락 불그락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 못하는 나에게 버럭 한마디 한다. "너, 내일 숙제 못해서 선생님께 매 맞으면 어떡해?!" 하며 난리다. 나는 졸린 눈으로 태연하게, "니가 맞나? 내가 맞지.." 그 다음날 맞았는지 모면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 이후로 학습에 눈이 떠지기 시작하여 수업을 따라갈 수 있게 되었다. 어머니는 없는 형편에 삼남매의 교육을 위해서라면 할부로라도 문학전집 천재학습 대백과사전 등등의 나로선 무지 부담스러운 책들을 단칸방 한자리를 차지하게 하셨다. 나는 동생과 자주 책장앞에 앉아 책을 조종간삼아 우주비행 놀이를 했다. 그당시 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놀이를 돕는 소품에 지나지 않았다. 누나는 우리와 달라서 그 많은 책들을 다 읽었다고 하니 어머니의 정성이 헛되진 않았다. 놀기 좋아했던 내가 어느덧 중학교에 들어가고 점점 말수도 줄고 형태도 바뀌고 감정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아무 이유없이 우울하다가 며칠후에 좋아지고하는 그런 수치스런 감정의 기복이 나를 어두움으로 몰고 가고 있었다. 중학교 졸업반, 어느날 극도로 예민해진 나는 밤에 잠들지 못하고 어두운 방안에서 최루탄이 아직 가시지 않은 그 당시 사회상에 맞추어 암울한 상상을 일삼았다. 뚝하고 지붕위에 떨어지는 돌멩이에 놀라 그 상상은 망상이 되고 그 망상은 나를 사탄의 세상속으로 유인하고 있었다. 사탄에게 붙잡힌 채로 나는 고등학교에 입학하였고 그당시 감옥이라 불리던 깡고(강원고), 반 재적 64명의 교실에서 아침 일찍부터 밤 12시까지 나의 영혼은 대학입학이라는 미명하에 혹사당하고 있었다. 성실의 극치에 도달한 나는 이해력 짧은 머리에도 불구하고 반에서 6등을 유지하였고 나의 뇌신경은 오로지 공부로 찌릿찌릿거렸다. 1학년 2학기에 들어서자 나는 바보가 되었다. 시험문제를 아무리 읽어도 뚯이 들어오지 않았다. 머리는 멍했고 망상의 날개가 파닥거렸다. 성적은 갑자기 중하위권으로 자유낙하했다. 고2 여름방학, 보충수업기간, 나는 학교에 가지 않고 방안에 틀어박혀 일주일동안 산 입에 거미줄을 쳤다. 놀라신 어머니는 나를 교회 전도사님께 상담을 받게 하셨지만 상담의 차원을 이미 지나 정신병원에 가게 되었다. 병원 복도를 걷는데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욕을 하는 환청이 들리기까지 하였다. 원장 선생님의 정신테스트 설문지는 학교의 시험지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고 정상으로 판정이 났다. 하지만 나에게 안정제 비슷한 약을 복용하도록 하셨고 그 약 부작용으로 혀가 돌아가고 몸이 뒤틀려 해독제를 맞기도 하였다. 나는 탈출구가 필요했다. 그당시 나는 교회에 학교가듯이 다니고 있었고 모태신앙이 그렇듯 뜨거움 없이 갈구함 없이 믿음없이 출석만 했다. 나는 정신적으로 위안을 얻을 만한 어떠한 대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늦은 밤, 책꽂이에 아직 쓰지않고 침묵하는 공책을 꺼내들고 나의 혼란을 나의 망상을 나의 괴로움을 적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어느새 그것은 시가 되고 있었다. 그 노트는 이민올 때 분실되었지만 글을 쓰는 습관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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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8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너온 걸까 강민경 2011.10.21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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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5 몸으로 하는 말 강민경 2011.10.05 258
694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어디로 갈 것인가? 김우영 2011.10.01 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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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 저 따사로운... 김우영 2011.09.12 586
691 진리 김우영 2011.09.01 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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