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해는 보고 싶지 않다고

by 강민경 posted Nov 2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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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해는 보고 싶지 않다고/강민경



오늘도, 당신의 밝은 웃음
내게 푸근히 젖어 들어요
온종일, 집 안팎에 머문
당신의 체온 외면할 수 없어
봄, 여름, 가을, 겨울 내내
당신만 우러르라고 부추기죠

들숨일 때나 날숨일 때도
흔들림 없는 당신에게 덧 없이
빠져든 내 삶은
가파른 언덕 넘어오는 바람 소리에도
주눅이 드는 일 없어
그만이나 듬직한 그 가슴에 기대고
부풀린 꿈으로 날개 펴는 연습을 해요

사계절, 어느 한 날도
지우지 못한 사랑의 새로움
이렇듯 밝게 닮아 옴짝달싹 못 하는데
붙들면 붙들수록 눈시울 붉게 적시며
호박처럼 익어가는 당신이 너무 서러워
덩달아 닮아가는 나도 서글퍼서
떨어 지는 해는 보고 싶지 않다고
앵돌아져 첫 사랑에 젖어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