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아직 거기 있었네요/강민경 창 밖 정원에 덩굴 올리려고 세워 둔 나 목 아래 줄지어 멍울진 물방울을 본다 수정알 같은 아침이 너무 고와 꼭 잡아두고 싶은 충동을 죽이는데 겨울의 흐린 하늘 때문인지, 이런 내 맘을 들여다 본건지 한낮이 지나도록 물기 그렁그렁한 눈빛 애처롭다 아니 아직 거기 있었네요 반가움 숨기고 애써 묻는 안부가 야속 하다는 듯 굳어져서 어둠 속으로 잦아 들고 있다 내일 아침엔 꼭 끌어 안아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