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4 16:59
달과 여자
전희진
사람의 몸 속에 사는 달이
만삭의 여자를 하루종일 끌고 다닌다
부엌에서 침실로 거실에서 마당으로
여자의 발뒷굼치에 달라붙은
거실 카펫 올들의 귀가 쭈볏
제 몸 긴장의 털을 바짝 세운다
쿵, 하고 언제 바닥으로 굴러 떨어질 지 모르는,
자고 나면 몰라보게 커져만 가는
여자의
측량할 길 없는 먼 길을 따라
누런 녹두빛 카펫도 제 품을 성큼 늘리고 있다
빛에게 말을 걸듯
하얀 잠 속의 태아가
부드러운 지표면을 두드린다
말을 받듯 세 살 어린아이가
뻗어도 뻗어도 달 속까지 뻗어지지 않는
짧고도 긴 두 팔을 힘껏 벌려
엄마와 달을 모두 감싸 안는다
-리토피아,2015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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