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진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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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9월

2019.01.21 03:49

전희진 조회 수:53

9월/ 전희진


 

햇살이 그늘을 자주자주 옮겼다

집 안팎을 들락날락

푹신한 베개를 가져오고

읽지 않을 책들을 평상으로 가져 왔는데

새파란 하늘이 못 견디게 애처로워 보였다

블루베리 풍선껌을 씹는 아이로 착각할 뻔했다

비행기가 하얀 실금을 긋고 지나간 뒤

파란색 때문에

베개가 너무 푹신해서

다시 집안에 들어가서 자켙을 꺼내 입었다

사막에 핀 풀들의 이름을 아직도 몰라 늘 미안했다

흔들바위꽃, 하고 가만히 부르기도 하였는데

그네가 나를 밀 때마다 꽃들도 흔들렸다

왼쪽이 오른쪽으로

오른쪽꽃이 왼쪽으로 흔들렸다

생이 죽음 쪽으로 흔들릴 수 있을것 같았다  그럴수록

15분마다 햇볕으로 더 나아가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렇게 지구는 돌고

태양은 줏대 없는 사람처럼

자신이 넘어갈 산의 위치를 허겁지겁

이 산에서 저 산으로 옮겼다

우주의 모든 생과 사는 흔들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시를 단념하리라는 나의 굳은 생각도 흔들렸다  나는 또

햇볕 쪽으로 한 뼘 앞으로 나아갔다

맨발이 햇볕에 하얀 비둘기처럼 노출되었는데




--시집 '우울과 달빛과 나란히 눕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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