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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by 작은나무 posted Mar 22,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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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고양이는 그렇게 내게 다가왔다. 아무 소리도 없이... 밤사이에 내 머리맡에 몸을 맡기고 나와 함께 밤을 보냈다. 어디서 왔을까? 케냐의 Soysambu conservancy에서 머물때의 일이었다.

그날도 어느날 처럼, 이곳 저곳을 돌아 다니며 나는 사진을 찍기 바빴다. 그곳 사람들이 사는 모습들을, 자연의 힘을 내 눈에 비춰진 그 모습 그대로 담아내기 바빴다. 그리고, 밤이 되면 언제나 그랬듯이 창과 문을 닫고 잠을 청했다. 원숭이들의 습격을 주위 하라는 그곳 관리인들의 말에, 그날도 난 모든 문을 닫았다. 어느정도 잠을 들었을 때 였을까... 머리위에 무엇인가 물컹 거리는 것을 느꼈다. 어디서 들어온 들 고양이... 너무 뜬금없이 내게 다가온 고양이 한마리 였다. 어찌보면, 사람의 손길이 그리웠는지도.. 아니면, 자연의 냉정함에 마지막 희망을 찾아 목숨을 걸고 내게 다가 왔을 지도...

하지만, 왜 내게... 안그래도 난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데...

난 아무말 없이 조심스레 고양이를 들고 다시 문 밖으로 내 보내 줬다. 고양이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난 알았다. 그렇게 속절없이 고양이를 내게 두었다가는 내 몸이 바로 반응을 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떠보니 어느새 그 고양이는 내 머리 위에서 소곤소곤 잠을 자고 있었다. 물론, 내 두눈은 무엇에 맞은듯 퉁퉁 부어 올랐고... 그러면서 생각을 했다. 얼마나 밤이 두려웠으면 내게 다시 왔을까? 도움을 청한 내게...그렇게 쌀쌀하게 대했는데도...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중에 왜 하필 나를 선택했을까? 그러면서, 갑자기 쓴 웃음을 짖게 되었다. 왜냐하면, 고양이들이 내게 이렇게 다가오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든, 고양이가 있는 곳이면 으레 고양이들은 나를 찾아냈다. 나를 처음 보는 고양이도 내게 아무 거리낌없이 다가와 몸을 비비고 내 주위를 어슬렁 거렸다. 이것도 인연이면 인연일 것인가... 내가 아무리 뿌리쳐도 다가오는 이 인연은... 어쩌면 내겐 운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록, 내 몸은 힘이 들어도... 어쩌면 내가 감해야 할 전생의 짐일 수도...

그날 오후, 고양이는 내 주위에서 하루종일 머물렀다. 햇볕 가득한 낮동안, 고양이는 내 다리사이에 엉덩이를 맞대고 소곤소곤 잠을 청했다. 그러다 가끔 나와 눈을 마주칠때면 내 두눈을 한동안 바라보다 다시금 시크하게 고개를 돌리고는 했다. 다시금 해가 지고, 밤이 깊어질때쯤, 그 고양이는 내 곁을 떠났다. 갑작스레 찾아와 하루종일 나와 함께 하더니, 그렇게 두려워 하던 밤이 되었을 쯤, 그 고양이는 인사도 없이 내게서 멀어져 갔다. 그날 밤, 그 고양이는 더이상 내게 오지 않았다.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괜찮을까...라는... 어제 저녁만 해도 불편해 했던 내 모습을 생각해 보면 웃기는 일이지만, 그 고양이는 내게 그렇게 관심이라는 단어를 남겨 놓고 갔다.

인연이란 그렇게 어느순간 다가 온다. 문제는 내가 대하는 모습이다. 갑작스레 내 삶 한부분에 들어오는 또 다른 존재. 내가 감당하기 힘든 또 다른 인생을, 난 무의식적으로 뒷걸음 치며 뿌리치려 한다. 더 이상 아파하기 싫고, 말없이 떠나가면 허해지는 마음의 한 구석을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은데..., 그것을 고양이는 아는지 모르는지... 이 머나먼 케냐의 동물구호지역에서도 이름모를 고양이 한마리가 내게 또 인연의 단어를 잊지 말라고 말없이 내게 와 또 말없이 나를 떠나간다.

삶이란 어쩌면 이렇게 말없이 스쳐지나가는 인연의 연속인것을... 어쩌면, 신은 내게 인연이 다가옴에 멀리 하지말라는 무언의 말로 내게 전하고 싶었는지도...

오늘은 또 어떤 고양이가 내게 소리없이 다가 올까....?

작은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