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 위 하늘을 보며/강민경
그만큼 올라갔으면
이제 아래를 돌아봐도 될 것을
밑에서 올려다보려니
푸른 무늬만 그리려는 당신 고집에
내 뒷목이 아픕니다
앞만 보고 달렸으니
좌, 우를 돌아볼 새 없었다는
문신 같은 마디마디는 외길로 비운
당신의 절개로
날이면 날마다 새파랗게
살아 있어야 한다는 당부였습니다 만
하늘과 땅으로 오르내리지 않으면
버텨낼 수 없는 내 뒷목 같은
나약함은 누구에게나 다 있다고
변명합니다. 그리고
쉼 없이 외길로 간 당신이나
세상 두루 떠도는 뭉게구름 숲 속에
안내자처럼 그을린 살결 푸르게 가꾼
내 일심(一心)은, 하늘과 땅에서
높고 낮은 위아래
고루고루 펴는 일이라고
감히 고(告)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