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2019.10.19 12:56

곽창선 조회 수:5

단상 斷想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곽창선  

 

 

 

 

 벌써 10월 중순이다. 서서히 송년에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문득 허송세월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조바심이 둘어서초의 계획들을 더듬어 보았다. 평소 무미건조한 생활에서 주위의 권고로 유산소운동을 곁들인 체력단련과, 독서와 수필창작에 정진하며 황혼의 노을 속에 타들어 가고픈 다짐이었다.  

 

 이미 실패하고 만 경험들이라 작심삼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에서, 게으름을 깨우려 일기를 쓰며 마음을 다잡았고, 지루함을 달래려 책읽기와 음악을 친구로 삼았다. 달력에 OX로 표기해 매일 채근하며 자신을 감찰해 왔다. 차츰 관성이 붙어 나도 모르게 빠져 들었다. 항상 긴장하며 마음을 고처 읽고 쓰며 체력을 키우는 재미는 단조롭던 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1회씩 수필도 써 왔고, 걷기와 구기운동을 병행하며 월 1회 힐링 여행도 다니게 되어 바삐 살아온 일상이었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지 않겠지만 아름다운 꿈을 꾸던 세상도 현실 앞에서는 정반대인 경우가 비일비재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낙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아름답게 생각했던 환상들이 행복하지만 않다고 느낄 때 오는 허탈감 때문이다. 곧 내면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누구나 겪는 경험이다. 따라서 글을 쓰며 느끼지 못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숱한 사연들을, 보다 긍정적인 사고로 바꾸어 보려는 생각을 하게 되였다.

 

 수필의 길에 들어서며 차츰 각오도 새로워 졌다. 내 자신의 철학과 그리고 현재와 과거, 미래의 행적을 엮어 독자와 공감대를 형성해 보려는 욕심이다. 무리하게 덤비다, 필을 접고 싶은 유혹에 빠진 적도 있어 너무 서두르지 않았다평소 사물을 쉽게만 보아 오던 습관이 수필과 교유하며, 사물을 보는 관점이 조금은 냉정히 숙고하는 버릇도 생기게 되었다.

 한 편 한 편의 글을 진솔하게 표현하고자 고심하며, 써 내려온 글들은 미숙하지만 살며 겪어 온 사연들을 고르고 골라서 압축 시킨 생활의 고백이었다. 따라서 평정심을 잃지 않고 쓴 생활 속의 이야기들이 독자의 마음에 바로 전달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속에서 잉태한 사연들이 서로 공감할 수 있다면 하는 기대도 해 보았다. 그렇게 쓴 글들을 반추해 보니 횡설수설 늘어놓기에 급급했지만 모처럼 결실을 맺은 나의 소중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써온 무지가 낳은 용맹의 결과였지만, 나에게는 값진 기록이기에 추억의 보고로 남을 것이다.

 

 어찌 보면 나의 내면은 교만과 이기심으로 들어 찬 속물에 불과한 지도 모른다. 서로 개성과 사고가 다르기에 고개 숙일 줄 아는 삶에서 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내 생활도 반성해 보았다. 조금 무른 듯 양보하며 어울리는 삶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는가, 후회막급이다. 그것은 곧 교만이요 성숙의 길을 막아선 근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고행이라지만, 서로 어우렁더우렁 뒤엉켜지면 진정한 인간의 정을 맛 볼 수 있겠다고 생각도 해 보았다.

 

 가끔은 물위에 떠 있는 나뭇잎처럼가녀린 모습으로 세파를 헤치고 지나는 지혜도 배우고, 산길에 달아 놓은 길안내 리본과 등대가 반짝여 주는 의미도 삭여 가며, 글을 쓰고 다듬어 보아야겠다.

 

 나만이 옳다는 가치가 더 이상 진실이 아니고 반대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하고, 독선적 주장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세계를 섭렵할 수 있는 혜안을 품어 보고 싶다. 수필은 느낄수록 난해하기만 하다.

                                                                                        (2019.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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