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
2019.12.22 22:43
촛불
김수영
연꽃 봉오리 닮아
빨갛게 타오르는 불꽃
어둠을 사르며
함께 산화하는 하얀 몸집
용암처럼 녹아 내려
내 마음을 녹인다
불꽃 속에 까만 심지가
보일락 말락 바람에 나부끼면
더욱 타오르는 불길
너의 타 버린 마음이
연기로 너풀거리는 데
어쩌면 나에겐
향취가 풍기는 꽃이 될까
그 곳에 고인 나의 눈물이
환한 웃음꽃이 된다
어머니 얼굴이 아른거린다.
외지 겨울호 심사평/유성호 문학평론가
김수영의 <촛불>은 “연꽃 봉오리를”를 연상시키는 “빨간 불꽃을”을 통해 그 촛불이 어둠을 사르며 산화하는 과정에 상상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용암처럼 녹아 마음까지 녹이는 그 속성에 몸을 맡겨 시인은 “불꽃 속에 까만 심지”를 통해 “더욱 타오르는 불길”을 만나간다. 마찬가지로 “너의 타버린 마음”도 “나에겐/향취가 풍기는 꽃”이 된다. 그리고 문득, 아른거리는 “어머니 얼굴”을 그 안에서 발견한다. 가장 소중한 존재를 “촛불”의 속성에 비유한 아름다운 작품이다.
* 남가주 한국음악협회에서 가곡 가사로 올해 선정 창작 가곡제가 있을 예정이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20 | 미국 국가 (National Anthem )에 담긴 뜻 | 김수영 | 2019.12.17 | 80 |
319 | 에스토니아의 위대한 애국자, 구스타브 어네색스 | 김수영 | 2019.12.26 | 80 |
318 | 알라딘의 요술 램프처럼 | 김수영 | 2017.03.28 | 81 |
317 | 어머니 무덤가에 핀 백목련 | 김수영 | 2017.08.10 | 82 |
316 | 한밤중의 소동 [1] | 김수영 | 2017.09.10 | 82 |
315 | On the Amtrak Pacific Surf-liner | 김수영 | 2023.04.28 | 82 |
314 | 대나무 숲/시 | 김수영 | 2019.03.27 | 82 |
313 | 남해 무인도에서 소 한 마리 발견되다 | 김수영 | 2020.09.15 | 82 |
312 | 라구나 비치에서 명상 [2] | 김수영 | 2021.08.17 | 82 |
311 | 아름다운 식당 '요산재' | 김수영 | 2018.07.24 | 83 |
310 | 둥근 달/시 | 김수영 | 2019.12.22 | 84 |
309 | 달라진 미스 아메리카 심사기준 | 김수영 | 2018.10.05 | 87 |
308 | 대접을 하려다가.... | 김수영 | 2021.03.27 | 87 |
307 | 며느리와 교외 나들이 | 김수영 | 2019.06.26 | 88 |
306 | 어느 권사님의 사부곡 | 김수영 | 2019.11.30 | 88 |
305 | 둘만이 아는 비밀 [2] | 김수영 | 2021.05.07 | 88 |
304 | 믿음의 친구 선배 목사님 | 김수영 | 2019.06.21 | 89 |
303 | 술람미 여인의 연가 [1] | 김수영 | 2020.04.05 | 89 |
302 | 단풍에 어리는 얼굴 | 김수영 | 2017.11.15 | 90 |
301 | 비오는 날의 야외 결혼식 | 김수영 | 2019.12.24 | 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