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권 후배의 선종을 애도하며

2020.05.04 02:23

김길남 조회 수:0

김상권 후배의 선종을 애도하며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길남

 

 

 

 

 

 

 

 

 

  사람의 목숨이 그렇게 허망하다는 말인가? 넉 달 전에는 술잔을 나누기도 하고, 두 달 전에도 통화하며 멀쩡하던 사람이 불과 두 달 사이에 떠나버렸다. 부음을 듣고 너무도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 무엇을 먼저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어리둥절했다. 아내와 같이 영전에 예를 올리고 상주와 대면했다. 접객 탁자에 나 혼자 앉아 눈물을 닦았다.

 

 K후배는 나와 한 마을에서 태어났다. 7살 무렵 옆 마을로 이사를 했어도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 형님, 동생 등 모두 가까이 지냈다. 초등학교도 같은 학교를 나왔고, 사범학교도 후배다. 교직에 들어서서는 모교에서 7년간 교사로 같이 근무하기도 했다. 그 때 모임을 만들어 50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다. 몇 년 전에는 교원 가족 세 집이 모여 식사를 같이 하며 즐기기도 했었다. 비록 피를 나눈 형제는 아니나 형님 동생하고 정을 나누며 살았다.  

 

  K는 정의파다. 불의는 참지 못하고 저항하는 성격이다. 교사로 같이 근무하며 교장 교감의 부정을 지적하고 항의하는 일에 동참했다. 미움을 받아 쫓겨날 만도 했는데 모교이고 학부형이 인정하는 선생님이라 어찌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인정이 많은 사람이다. 누구나 만나면 술 한 잔 같이 하자고 이끈다. 그런 성격이 안골은빛수필반에서 제3교실을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많이 베풀었다. <한단고기> <열하일기> <목민심서> 등 여러 권의 책을 선물로 받았다. 내가 모교인 초등학교 총동창회장을 할 때는 총무를 맡아 2년간 수고하기도 했다.

 

  K는 분위기 메이커다. 알맞은 농담을 하여 웃긴다. 수필을 공부하면서도 쉬는 시간이면 ‘그만 끝내고 어서 가서 술 한 잔 합시다.’하여 웃기는 일이 가끔 있었다. 술좌석에서는 서로 웃기며 ‘상권은 나왔는데 하권은 언제 나와요?’ 하면 ‘하하’웃고 넘긴다. 문인화반에서도 오전 수업이 끝나면 몇이 모여 점심을 들며 웃고 즐겼다 한다. 평생 누구를 만나든지 즐기며 산 사람이다.

 

 장례식장에서 하루 종일 있으며 보았는데 그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사범학교 동창생들이 줄을 이어 찾아왔다. 같이 모임을 갖는 조문객도 많았다. 코로나가 염려 되어 조문객이 별로 없을 것으로 알았는데 평소 맺은 정을 잊지 못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조문했다. 다만 야박한 사회인심이라 문인은 몇 몇에 불과했다.

 

  와병 중에 그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도록 했다. 아무도 문병 온 사람이 없었다. 다행히 알게 되어 찾아가 보았다. 사후에도 알릴 사람의 전화를 미리 정해주고 이외에는 알리지 말라고 했다 한다. 청빈하게 살다가 가면서도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했다. 일생을 정의롭고 재미있게 살다가 갈 때도 나는 이미 틀렸으니 깨끗이 가자하며 선종에 들었다.  

 

 

 

 사람이 살았다고 누가 장담을 할 수 있을까? 후배 김상권 선생의 선종은 너무 갑작스러웠다. 병이 깊은 것을 알고 삶을 포기해서 그렇게 빨리 갔다. 삶의 끈을 놓으면 안 되는데 너무 빨리 놓아버렸다. 문병하러 가서 몇 사람의 폐암환자의 투병 이야기를 하고 희망을 잃지 않도록 부탁했지만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제 다 부질없는 일이다. 이미 선종에 들었으니 저 하늘나라에서 먼저 가신 부모형제 만나서 영생을 누리기를 바랄 뿐이다. 부디 영면을 반다.

                                          (20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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