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15 14:20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곽 창 선
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색색의 카네이션 중 붉은 장미가 가장 돋보인다. 카네이션을 받을 때면 마음 한 구석이 빈 듯 공허하다. 부모님께 평생 카네이션은 고사하고 변변한 꽃 한 송이 못 달아 드린 회한 때문이다. 더구나 장미꽃을 좋아하시던 어머니 모습이 떠오를 때면 아련한 추억에 눈이 감긴다. 종종 산소에 들를 때면 장미꽃을 부모님 산소에 놓아 드리고 무언의 대화를 나누며 아쉬움을 달래곤 한다.
어머니는 이웃이 이사하며 주고 간 장미를 정성으로 기르셨다. 떡 시루처럼 작은 옹기에 담아 추워지면 겨우내 윗방에서 키우다가 봄이면 장독대 옆으로 옮겨서 붉은 장미꽃을 피우게 했었다. 나와 겨우내 함께 지냈으니 어찌 보면 친구나 다름없는 처지다.
아파트 출입문을 나서면 향긋한 냄새가 풍겼다. 향기를 따라 눈길을 돌리니 화단 창가에 무성히 핀 하얀 꽃이 장미와 어깨를 겨누고 있다. 처음에는 라일락인가 살펴보니 전혀 다른 모습이다. 궁금해서 휴대폰에 담아 글벗에게 문의하니 잘 몰라 스스로 알기까지 숙제로 남겨 두기로 했다.
장미에 흠이 있다면 가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미에 가시가 없다면 혹은 아름다운 꽃잎이 없다면 장미라 부를 수 있을까? 장미에도 가시가 있다는 격언은 모든 사물에 지나침을 경계하라는 뜻일 것이다. 사물에 과過하게 취하다 보면 언젠가 후회가 남는 법, 과유불급過猶不及에 유념할 일이다.
요즘 여성들은 로즈데이나 부부의 날에, 나이에 상관없이 장미꽃바구니를 받고 싶어 한다. 어느 날 아내가 엎드려 절 받기라며 장미꽃을 받고 싶다고 했다. 그것도 백 송이 장미꽃다발이라고 했다. 왜 이럴까? 평소에 그 답지 않은 행동에 당혹스럽기도 했다. 귀가 도중 화원에 들러 보니 꽃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늘이 로즈 데이란다.
젊은이들이 많아서 어색한 마음이 들기도 했으나, 생각 끝에 한 송이 장미를 안개꽃에 싸고 메모를 적어 넣었다. 한 송이 곱하기 백이라 적고 오만 원짜리 지폐도 동봉해 넣었다. 장미 한 송이에 오백 원씩 백송이 몫이다.
사랑스런 사람에게 주는 선물인 만큼 그 의미를 알면 더욱 뜻이 깊은 선물이 될 것이다. 장미의 꽃말로 붉은 장미는 사랑의 꽃이며, 비탄과 저주의 꽃으로 알려져 있다. 분홍장미는 사랑의 맹세, 흰 장미는 순결 새로운 시작, 노랑 장미는 질투, 시기, 완벽한 성취라는데, 상대에 따라 기분 좋은 꽃을 선물할 줄 아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싶다.
장미를 사랑하는 진정한 의미는 감사하는 눈과 마음일 것이다. 감사한 마음에 감사가 깃들고 불평하는 마음에 불평의 문이 열린다니 음미해 볼 일이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오랜만에 로즈데이 선물을 받은 아내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다.
(2020,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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