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고충(苦衷) / 성백군
파도는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몸부림이다
바다가
너무 넓어 길을 잃은 것일까
끝인 줄 알았는데
사방이 길이란다
방파제 넘어
언덕을 기어오르다
모래에 미끄러져 주저앉고
화를 내 보지만 거품만 인다
개울로 시내로 강으로
남보다 앞서고
이기기만 하면 좋은 줄 알았는데
와 보니 은퇴고
할 일도 없어 사방이 갑갑하다고.
물가에 친구여, 나처럼
늙어서 거품을 뿜어내며 갇혀 살기 싫으면
매사에 속도를 줄이고
앞뒤 돌아보며 넉넉하게 살다가
쉬엄쉬엄 오시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