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환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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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벌 4

2021.03.17 15:19

정종환 조회 수:30

기산에서

못자리 일 끝내고

퍼진 몸으로 저녁밥을 먹었다

피곤하고 아픈 몸을 일으켜

아버지가 벌통 보러 가시는 것을 보고

도우려 벌통으로 가까이 갔다

그러다가

그만

두 개 벌통 받침대 중

하나를 밟고 말았다

앞으로 넘어진 8개 벌통들에서

나온 벌떼가 공격을 해오자

벌통이 넘어졌다고 소리쳤다

아버지가 아픈 다리를 절면서

뛰어 오셨다

벌통을 일으키는 데

벌들이 얼굴을 쏘기 시작했다

나는 언덕 밑으로 도망치고 말았다

몇 방 맞고서 살그머니 벌통 쪽으로

다가가자 그때까지

아버지는 벌통을 정리하고 계셨다

내려와 옷을 터니

벌들이 옷 속에서  쏟아졌다

방으로 들어와

아내는 아버지 몸에 박힌 벌침들을 뽑으면서

걱정을 했다

이 광경을 처음부터 지켜 본

아들 정 의가 속삭였다

"아빠는 할아버지가 그렇게 위태로운데도

줄행랑 치다니...아빠 불효자야"

어머니가 손자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정 의야, 할머니는 가까이 가지도 않았단다."

온 식구 다 웃었다

나 만 빼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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