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숭아 거시기 >
복숭아 거시기를 어찌 만드냐 하셨소?
암, 난 알지
많이 만들어 봤거든
아니, 내가 만든 게 아니라
울 아부지 만드실 제
곁에서 유심히 봐 뒀지
광 속에 땅을 한 길 파고는
큰 장독을 목까지 묻어요
뒷 산 복숭아 밭에서
향이 근사하고 단물이 줄줄 흐르는
백도 몇 지게 저다 넣고
설탕을 켜켜 뿌리고 정성스레 덮었소
그건 한 해의 성스러운 예식
그 다음은 고난의 시간
몰래 침을 꼴깍꼴깍 삼기면서도
한 달을 버티십디다
울 아부지 용해
그래도 울 아버진 절대로
복숭아 거시기라 안 하셨소
그건 몸에 좋은 과일 엑기스
가끔씩 광 속에서 노래 소리가 나고
웃통 벗고 주무셔서 그게 탈이었지
그 신비스런 맛을 음미하는
울 아버지 표정이 더 신비스럽고
그래서 나도 얼른 어른 되고 싶었소
구름 흐르고 세월 흐르고
기억 한켠에 장독을 묻고
머리 허연 아들들이 오늘
그 신비한 추억에 웃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