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경외로울 뿐

by 유진왕 posted Jul 1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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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경외로울 뿐 >

 

 

동녘 하늘 뿌옇게

이제사 동이 터 오건만

도대체 얼마나 일찍 나섰기에

벌써들 문전성시를 이루는 게냐

 

웬 짐을 그래 많이 가져오기에

조용히 멋있게 착지하지도 못하고

문간에 툭툭 떨어지고 벌러덩 나뒹굴고

너희들 들어오는 모습 반기느라

해 돋는 것도 잊었다

 

그랴, 눈 동그랗게 뜨고서는

망설임 없이 또 길을 나서는

아니, 제트기처럼 갑판을 밖차는 네가

오늘 마음둔 곳이 어딘지

나도 이번엔 한 번 따라가 보고프다

 

울타리 넘어 아스라히

희망을 그리며

한 점으로 명멸할 때까지

난 네 무사 귀환을 빈다

 

밥 벌어오라 내모는 마눌도

등록금 보채는 새끼도 없으련만

그렇게 진지하고 충직하게

아니, 우직하게 사는 삶은

어디서 배운 것인지

 

오늘도 붕붕거리는 네 모습

그저 경외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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