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저 경외로울 뿐 >
동녘 하늘 뿌옇게
이제사 동이 터 오건만
도대체 얼마나 일찍 나섰기에
벌써들 문전성시를 이루는 게냐
웬 짐을 그래 많이 가져오기에
조용히 멋있게 착지하지도 못하고
문간에 툭툭 떨어지고 벌러덩 나뒹굴고
너희들 들어오는 모습 반기느라
해 돋는 것도 잊었다
그랴, 눈 동그랗게 뜨고서는
망설임 없이 또 길을 나서는
아니, 제트기처럼 갑판을 밖차는 네가
오늘 마음둔 곳이 어딘지
나도 이번엔 한 번 따라가 보고프다
울타리 넘어 아스라히
희망을 그리며
한 점으로 명멸할 때까지
난 네 무사 귀환을 빈다
밥 벌어오라 내모는 마눌도
등록금 보채는 새끼도 없으련만
그렇게 진지하고 충직하게
아니, 우직하게 사는 삶은
어디서 배운 것인지
오늘도 붕붕거리는 네 모습
난 그저 경외로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