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출하거든 건너들 오시게 >
우린 엊저녁에
그 보드라운 애기 상추 뜯어다가
비빔밥 해 먹었소
서로 힐끗 보다가 양푼에 비볐지
그게 아무리 꿀맛 같아도
혼자들 먹자니 너무 송구해서
밥이 목에 넘어가야 말이지
말이라도 그렇게 해야 되겠지, 쩝
둘이 서로 쳐다보며
눈은 송편만하게
입꼬리는 귀에 걸리고
수깔질이 고상한지 투박한지
그런건 안중에도 없었소
히~야,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르겠네
남새밭엔 아직
임자 기다리는 고운 녀석들
예쁘게 자라고 있으니
너무 섭해 마시고
출출하거든 건너들 오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