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ELEVATOR) 번지수 / 성백군
호텔 로비에
엘리베이터 다섯 동
이마에 문 폐를 붙이고
일렬횡대로 서 있다
번지수가 바뀔 때마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때로는 우르르 몰려가기도 한다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될 텐데
그새를 못 참아 신뢰를 배신하는 사람들
엘리베이터가 섧다고 덜커덩거린다
먼저 탄다고
목적지에 일찍 도착하는 것은 아닌데
모르고,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반칙을, 불법을 쉽게 행하는 사람들
엘리베이터가 섰다
세상이 고장 났나?
뚜~ 뚜, 문폐에 번지수가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