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가는 길 >
눈이 흐리고
세상이 흐리고
귀가 먹먹하고
세상이 먹먹하고
모든 게 생소하네
나 원 참
이제 내 차례인지
눈이 시리도록 푸른
가을 하늘이 있었더랬는데
풀잎마다 앙징스레 매달린
영롱하게 빛나는 아침 이슬이며
비 온 뒤 꿈틀대며 일어서는
대나무 숲이 있었고
그래서 시라는 것을 읊을 수 있었는데
그래도 아직은 비교적 건강하고
허리 구부러지지는 않았고
치아 멀쩡하니 다행이라는 둥
그런 어설픈 자위는 너무 궁색하고
어떡하나
이거 처음 가는 길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