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에 맡기면 어떨지 >
어제는 좀 많이 힘들어서
밥을 나가서 먹쟀지
같이 힘들게 일한 마눌에게
저녁까지 차리게 하기가 송구해서
숙맥들이니 가야 늘상 아는 데
왕성 짜장면 집이지
우리 애들은 아주 성화야
여기 저기 좀 좋은데 찾아 다니라고
그래도 우린 아는 데가 편해서
그 집에 충성을 다하고 있지
짜장면이 어때서, 얼마나 맛있는데
근데 영 안하고 싶은 경험을 했소
뒷 줄 옆에 앉은 두사람이
밥 먹는 내내 정치 애기로 떠드는 거야
바다 건너 여기 미국에서
쉬지도 않고 입에 침을 튀겨 가며
큰 소리로, 내 원 참
나라를 꼭 그런 식으로 사랑해야 하는 건지
여러 나라 사람들이 같이 밥 먹는 곳에서
모처럼 편하고 싶어 밖에 나온 사람들을
마치 없는 사람 취급하고
자기들끼리 힘껏 떠들어대는 그 꼬락서니에
난 국수가락이 다 곤두서 버렸소
먹다 말고 나와 버렸지
내 성질도 한 몫 했지만
그만큼 했으면
이제 역사에 좀 맡기면 어떨지
세상사 어차피
개인의 몫이 있고 시대의 몫도 있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