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깎이 >
두어 달 전에
늘 하던대로
잔디 깎고 관목을 다듬는데
왼 손 엄지 연결하는 인대가 나갔다누만
거기 안 다쳐본 사람은 못 알아듣지
고생을 꽤나 했소
결국은 브레이스를 밤낮으로 갈아 대며
낫기만 얌전히 기다리고 있지
잔디를 깔끔히 다듬고
부쉬시한 관목들 가지런히 정리하면
상큼한 잔디 냄새
정돈된 모습에 흐뭇해서
굳이 내가 직접 하던 일인데
이제 그게 무리인가보이, 당황스럽네
왼 손 덜 아프려
나도 모르게 오른쪽을 너무 쓴 건지
맙소사, 오른손마저 아우성이네
불공평하대나 어쩌테나
열 손가락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게
당연한 일인 줄 알았더랬는데
그건 복이었더라구
이제사 배우네, 늦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