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끼굴 >
토끼가 굴 속에서 숨막혀 어찌 사냐고?
걱정도 팔자시네
아직 토끼 몰이 안 해보셨구만
그럼 어렸을 적 도대체 뭘 하고 사셨소?
인생 반 할은 놓쳤구먼, 쯧쯧쯧
햇살 길어질 무렵
양지쪽 눈 녹은 언덕 밑으로
반질반질한 토끼굴
행여 이 속에 숨었나
조심스레 손 넣으면
그 때마다 빈탕
그 녀석은 다른 굴로 여유만만히 걸어나가고
반면에
닭하고 띠 동갑인 들 꿩은
머리가 닭하고 똑 같애요
갑자기 인기척을 마주하면
들판 나락더미 낫가리 속에 머리만 박고
"영구 읍따~~~" 하지
그래서 그 어려운 시절에
산골에 사는 소년은
가끔 꿩고기를 자셨지
그 시절이 더 좋았다는 말에
나도 한 표 던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