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16 14:35

클래스 바 (Class Barre)

조회 수 75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클래스 바 (Class Barre)* 

이월란 (2020-6)

 

늙은 아들이 칠순 노모를 모시고 왔다

젊을 때 발레를 하셨어요, 잘 따라 하실 거에요

 

아빠처럼 뒤돌아보는 시선과

어린 딸처럼 남겨진 시선이 무대를 가른다

흘끔거리던 조명이 눈을 깜빡이고

 

엉거주춤 휘말리다 일인용 바에 매달린 꿈

한 때 발레리나를 꿈꾸었지

어린 딸에게 토슈즈를 신겨도 보았지

객석이 아닌 무대이고픈

 

보랏빛 레오타드가 앙상하다

한 번 넘어지면 결코 다신 일어나지 못해

아직 고통이 남아있어요

외발로 쳐든 고통은 아직도 안전해요

 

무덤가로 날아간 튜튜를 허리춤에 단단히 묶고

뱅그르르 협곡을 돌아 나오는 기나긴 꿈

아라비안 소녀처럼 아라베스크**,

인중 아래 숨이 멎는다

 

슬퍼서 가엾다면 백조로 변하게 해 주세요

이미 뛰어내릴 절벽은 없어요

 

파르르르 파문이 퍼지면

혼돈의 호수에 빠진 백조의 꿈을 건지러

돌아온 아빠의 깃털이 어린 노모를 덮었다

 

 

*현대무용, 발레, 필라테스, 요가, 모던 댄스를 접목한 운동

**발레 기교의 하나 (한쪽 다리로 서서 다른 쪽 다리는 곧게 뒤로 뻗친 자세)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7 제4시집 창세기 다시보기 이월란 2021.08.16 716
56 오래된 가족 이월란 2021.08.16 665
55 바나나 속이기 이월란 2021.08.16 724
» 클래스 바 (Class Barre) 이월란 2021.08.16 756
53 안녕, 눈동자 이월란 2021.08.16 669
52 제4시집 언니 이월란 2021.08.16 772
51 제4시집 다섯 개의 비밀 이월란 2021.08.16 753
50 제4시집 RE: 새벽 이월란 2021.08.16 733
49 제4시집 물병과 병물 이월란 2021.08.16 760
48 제4시집 오디오북 이월란 2021.08.16 765
47 제4시집 들꽃 이월란 2025.05.17 552
46 제4시집 안락하게 죽이는 법 이월란 2025.05.17 548
45 제4시집 스케이프 고트 2 이월란 2025.05.17 503
44 제4시집 스케이프 고트 1 이월란 2025.05.17 535
43 제4시집 혼혈 이월란 2025.05.17 540
42 제4시집 Mother's Day 이월란 2025.05.17 558
41 제4시집 해당 국가에서의 접근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월란 2025.05.17 582
40 제4시집 얼룩무늬 아이가 태어났다 이월란 2025.05.17 531
39 제4시집 야경 찍는 법 이월란 2025.05.17 520
38 제4시집 클래스 바 이월란 2025.05.17 541
Board Pagination Prev 1 ... 76 77 78 79 80 81 82 83 84 85 Next
/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