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까지 건강하고 행복하려무나 >
열두살배기 우리 벨라
새색시처럼 화사하고
양털처럼 곱기만 하더니
세월 못 이기나 보네
너무너무 곱다며
아들 녀석이 덥썩 데려오더니만
한 해도 못 돼서
결국은 내 차지가 되었지
인생이나 견생이나 다 그런거지 뭘
언제나 주인이 날 다시 데려갈려나
늘 손꼽아 기다리는 삶
다른 녀석들 텃세에
물끄러미 처다만 보다가 고개 돌리고
할 말 많은 삶을 사는 게
어쩌면 우리네 하고 똑 같냐…
유난히 충직하고 점잖고
늘 배려하는 모습
맑디 맑은 눈으로 말하는
영혼의 소리에
난 멋적어 하며 배운다
근래 들어 이상한 버릇
잠 자리에 들 때마다
침대 밑 발치에서 꼭 내게 건너와
인사를 건네고야 자리에 눕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나는 알지
사람 못 된 거는 짐승만도 못하다더니
그건 뭘 모르는 사람이 한 얘기
너 만큼만 충직하고 진실하고
아무 조건 없이 사람을 그리 반기면
세상 모두가 친구하자고 줄을 서겠지
외려 내가 고맙다
널 만난 게 복이지
끝까지 건강하고 행복하려무나
품에 안고서 눈 감겨 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