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 감사를 / 성백군
베란다 난간에
성탄절 라이팅을 설치했더니
어둠이 모여들어 작은 전구들이 신이 났습니다
반짝반짝
다들 반기지만
나와 눈 맞추는 것들은 더욱 가까워지고
돌아앉은 것들은 저절로 멀어지더이다
내 삶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거쳐 갔지만
아직, 남아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하나, 둘, 밤 깊어 자정이 넘었습니다
아무도 보는 이 없을 텐데
괜히 전기세만 올리나 싶다가도
전원을 내리면 어둠이 서러워할 것 같아
아침 해 뜨기까지는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밤새도록 수고한 전구들이
아침 햇빛에 바래어져 힘없이 스러져가는 모습을
보지 않도록
작은 불빛을 지켜주신 어둠에 감사를 드립니다
1180 – 1113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