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연희

시월의 시카고

posted Oct 2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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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시카고/오연희


꾸무리한 하늘
다디다디 붙어있는 유럽풍의 건물들
복잡한 도로를 요리조리 비집으며
드라이브하는 딸의 모습이 안스럽다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곱게 물든 단풍 사이로
매서운 바람 성깃성깃 새어들고
사는 이야기 자분자분 들려주는 딸의 입술이
단풍 보다 곱다

호숫가에서
모자 낚아 채 간 바람 쫓아가며
깔깔거리던 웃음소리
무대 위에서
관중 속에 묻힌 엄마 찾느라
반짝이던 아기 캥거루 눈빛
다운타운의 밀레니움 공원 안
Bean Mirror에 비춰진 두 사람
어디쯤서 시작된 인연인가

추억 조각 꼬옥 품고 비행기에 오르니
구름 아래 복닥거리는 곳에
사랑하는 한 생명
판타지로 가슴에 젖어온다


2004년 10월 19일




"심상" 2006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