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오연희
벼르고 별러 산 쌍둥이표 칼
먼저 자리 잡고 있던 모든 칼들 위에
군림하듯 당당하다
어설픈 살림꾼의 손에서 위세등등 해 진 칼
연한 것은 칼이 닿자마자 잘려나가고
강한 것은 슬쩍 버팅겨 보다가 틈을 열어 준다
목적에 알맞은 크기가 되는 것이
모두의 즐거움인 양
원래의 모습들은 사라져간다
칼 빛만 번쩍해도 위계질서가 잡힐 듯한
그 위세가 섬뜩해지고
머리끝이 쭈뼛 서는 순간
두 손가락 끝에서
붉은 피가 마구 솟구친다
한참을 눌러도 멈추지 않는 분노
상처를 들여다 보는 것이 무섭다
상처 받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깨우치라는
교훈
칼날보다 매섭다
미주문학 2006년 가을호
벼르고 별러 산 쌍둥이표 칼
먼저 자리 잡고 있던 모든 칼들 위에
군림하듯 당당하다
어설픈 살림꾼의 손에서 위세등등 해 진 칼
연한 것은 칼이 닿자마자 잘려나가고
강한 것은 슬쩍 버팅겨 보다가 틈을 열어 준다
목적에 알맞은 크기가 되는 것이
모두의 즐거움인 양
원래의 모습들은 사라져간다
칼 빛만 번쩍해도 위계질서가 잡힐 듯한
그 위세가 섬뜩해지고
머리끝이 쭈뼛 서는 순간
두 손가락 끝에서
붉은 피가 마구 솟구친다
한참을 눌러도 멈추지 않는 분노
상처를 들여다 보는 것이 무섭다
상처 받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깨우치라는
교훈
칼날보다 매섭다
미주문학 2006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