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연희

"나는 기쁘다"

posted Jun 2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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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쁘다/오연희


머리 하나만큼 더 큰
대학생 아들이
내 볼에 뽀뽀하는 그 모자람이
나는 기쁘다

청바지에 운동화
로션 하나로도 충분한
말만한 딸아이의 게으름이
나는 기쁘다

드라마 속의 예쁜 여자들
선뜻 분간하지 못하는
남편의 그 무딘 감각이
나는 기쁘다

며느리의 전화 한 통에도
감격해하시는
시어머님의 밑지는 그 계산법이
나는 기쁘다

내 속의 온갖 허물을
기억하지 않겠다는
예수님의 그 치매증이
나는 기쁘다


* 2002년 12월 5일 “시와 사람들” 시낭송회에서 발표했습니다.

  2004년 맑은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