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오연희
태초라는 말을 들으면
해조음 낮게 깔린
바닷가 백사장이 떠 오른다
하늘이 시작되는 바다 끝
갖 구워져 흙 내 솔솔나는 남과 녀
그 싱그런 육체에
태양도 훅,
숨을 몰아 쉰다
바닷가 저 쪽 연두빛 동산으로
발길 옮기는 두 그림자
야자수 그늘에서 나누는
서투른 사랑의 몸짓에
살아있는 것들 일제히
폭소를 터트린다
그 웃음 소리 공명으로 남아 있는
바닷가 백사장엔
아직도 바람이 불고
우리
겹겹이 입은 옷 모두 벗어버리고
태초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
한 줌의 사랑으로 회귀하는 그 날까지
그렇게 하염없이
물결은 밀려오고
또 밀려가고 있겠지.
2005년 2월 4일
2005년 미주문학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