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연희

통마늘

posted Aug 0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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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마늘/오연희

한남체인 야채부 윗 칸
반들반들한 알 마늘이 플라스틱 통에 가득 담겨있다
편한 맛에 길들여진 손 쭉 뻗다가
맞은편을 힐끗 본다
고구마, 감자, 토란, 생강, 우엉…
흙내 따라 흐르던 눈길
풋풋한 통마늘에서 멎는다

통.마.늘
질깃한 껍질 속
은근한 몸의 굴곡
한치의 틈도 없이 서로를 꽉 껴안은
탱글탱글한 그들을 생각하면
아릿한 통증이 인다

물에 오래 불려 긴장이 풀린 통마늘
올망졸망 머리 맞대고 까던 날
작은 알갱이도 보석인 듯
알알이 벗겨내느라 손톱사이가 아려도
칼등으로 찧다가 눈 속으로 튕겨 들어도
한 바탕 웃음으로 서로를 꽉 껴안았던
통마늘 같은 우리 가족
그 환한 순간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YTN 방송국 '동포의 창' 방영(2006년 10월 26일)영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