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03.10.15 04:43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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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 아이랑 헤어졌다는(break-up) 소리를 들으니 엄마 마음이 많이 아프구나.  엄마 마음이 이런데 우리 아들은 얼마나 힘들까?  네 전화 목소리를 듣는 순간 뭔가 잘 안되고 있다는 필이 오더라.  공부가 아니라 뭔가…다른...

아들아!

아직 완전히 익지 않은 포리하고 상큼한 모습의 사과를 보고 풋사과라고 부른단다.  대체로 “풋” 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말은 아련하고, 설레고 그리고 그리움이 솔솔 풍겨나는 아주 싱그러운 말이 많단다.  예를 들면 풋사과, 풋과일, 풋내기, 풋고추, 풋곡식, 풋김치, 풋나물, 풋내 그리고 풋사랑 같은 말이 있지.

사람도 이렇게 설익었을 때 찾아오는 사랑을 풋사랑이라고 하는데 그 기쁨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 그런 사랑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참으로 신비스럽고 비밀스런 느낌이란다.

너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20세 전후로 해서 사랑이 찾아온단다.
우리 아들이 뭔가 좀더 잘해 보고 싶어하던 그런 도전의식도 바로 사랑이 안겨다 준 선물 중에 하나 였단다. 그러니까 사랑을 가슴에 품으면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나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 같은 착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단다.  사실은 사랑을 품기 전에 비해 그리 변한 것이 없는데 오직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눈이 달라진 거란다.  아주 아름다운 착각이라 사람들은 영원히 지속되길 바라곤 하지.

엄마는 그 풋사랑의 기쁨에 넘치던 우리 아들의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았던지, 드디어 내 아들이 사랑의 기쁨을 알아가는구나 싶어 그런 기쁨을 안겨다 준 그 아이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넘쳤단다.  세상에 여자가 수없이 많지만 내 아들에게 참 좋은 영향을 주는 아이 만나기를 엄마는 늘 기도해 왔단다.  그러던 터라 너의 생기 넘치고, 너그러워지고, 부지런해지고, 여러모로 열심을 품고 의욕을 보이던 모습을 보며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단다.

사람관계란 아무리 좋아도 고비가 찾아온다고…그 고비를 잘 넘기길 바란다고… 얼마 전엔가 엄마가 슬쩍 했던 말 기억하니?  그래.. 네가 노력해도 안 되는 부분인데 엄마가 더 이상 말하면 우리 아들이 더 속상할 거 같아 그만 할란다.

하지만 아들아!  네 말대로 하나님께 의지해보렴.  살다 보면 사람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할 수 없는 부분이 역시 많이 있단다.  엄마만큼의 나이가 되면 사람이 할 수 있는 부분보다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단다.  그렇지만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을 하지 않고 하나님께 의지하는 것은 하나님도 역시 바라지 않는단다.  나의 베스트를 다하고 그리고 기도하면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다 보면 풋사랑으로 인한 지금의 아픔도 하나님이 주시는 더 큰 선물임을 알 수 있단다.  지금은 참 속상하지만 때때로 하나님은 아픔과 함께 깨닫는 것이 더 유익할 거라고 결정하시는 것 같더라.

사랑하는 아들아!

이제 너도 대학 2학년이 되었으니 사랑도 해야겠지만 너의 이상을 향해 발 뒤꿈치를 바짝 들어 뜀박질을 준비해야 되지 않겠니?
혹 넘어져도 벌떡 일어나 다시 힘차게 뛰어갈 수 있는 당당한 우리 아들이 되기를…..
그리고 너에게 잘 맞는 마음이 따스한 여자친구를 만나길….
엄마는 뒤에서 눈물로 기도 할게….

아들아!!

힘내!!!.

너를 하늘과 땅 다 합친 것 보다 더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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