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질/오연희
느슨한 올에 간신히 매달린 단추
쭉 잡아 당겼다가 바짝 붙인다
실 몇 번 홀쳐 묵고 남겨진 실 꼬리
가위로 잘라 내니
번듯한 치마 한 벌
외출 준비 끝이다
오래 전
어린 딸 손에 잘못 쥐어진 가위
멀쩡한 치마 싹뚝싹뚝 잘라 놓고
잘 했지? 하던
신명난 얼굴 떠 오른다
제 신명에 겨워 뱉은 말
가슴에 꽂히면
가위 잘못 놓아 둔 내 탓이야
잘못 쥐어진 가위 탓이야
달래 봐야지
앞 가슴 바짝 여미며
내 딛는 걸음 걸음
단정한 치마 아래 벌건 종아리
한 껏 팽창해진 실핏줄
오늘 외출은
가위질 소리 유난히
탱탱 하겠다
오레곤문학 2005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