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오염되다 /오연희
'남산위에 인공달을 띄우자’
본국판 사회면에는
글자 크기를 최대로 키운 희한한 제목이
둥실 떠 있다
둥그런 가짜 달이 떠 있는 남산을 그려본다
남산 중턱 어디쯤
사랑에 빠진 남과 여
나무 결 무늬로 포장된 플라스틱 벤치에 앉아있다
그들의 몸에 걸친 명품을 환하게 비추던 달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에
휘둥그래진다
사랑한다고…
정말 사랑한다고…
정말 진짜 사랑한다고….
정말 진짜 진짜로 사랑한다고…속삭이는
진짜사랑에 목마른 그들
가짜 달이 내려다 보고 있다
사랑마저 오염시킬까 염려하는 진짜 달
구름 속에 가리워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