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정리하며/오연희
봉투채 밀려다니던 사진들
시절따라 사진첩에 넣는데
용케도 살아남은 빛바랜 사연들이
조곤조곤 말을 걸어온다
어긋난 단추구멍 쉐타에
들름한 나이롱치마
앞니 빠진 내가
건빵과 칠성사이다 보고 웃고 있다
남에게 선물할 땐 비싼 메이커 옷
내 아이들은 시장 싸구려 내복
그 마져도 헤어졌는지
차림이 남루하다
축구팀이 유명한 땅이라며
아들이 우겨 갔던 맨체스터의 겨울
남편이 나를 썰매 태워주는 모습을
웃음바람 입에 가득 담은 내 아이들이 보고 있다
자신들의 역사 만들기에 바쁜 아이들
내 빛바랜 추억들은 구석진 곳으로 밀려 나고
한 시절의 끝은 어김없이 올 테지
<심상 2005년 8월호>
|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389 | 수필 | 발칙한 미국 할아버지 | 오연희 | 2003.10.02 | 903 |
| 388 | 수필 | 아들아! | 오연희 | 2003.10.15 | 949 |
| 387 | 시 | 가을연가 | 오연희 | 2003.10.17 | 866 |
| 386 | 시 | 나팔꽃 | 오연희 | 2003.11.06 | 887 |
| 385 | 신앙시 | 거듭나기 1 | 오연희 | 2003.11.14 | 1113 |
| 384 | 시 | 엄마, 아부지 | 오연희 | 2003.12.13 | 864 |
| 383 | 시 | 한해를 보내며 | 오연희 | 2003.12.27 | 747 |
| 382 | 시 | 비오는 날에 | 오연희 | 2004.01.06 | 892 |
| 381 | 시 | 석류차는 어떠세요? | 오연희 | 2004.01.09 | 900 |
| 380 | 수필 | 양심의 소리 | 오연희 | 2004.01.14 | 1043 |
| 379 | 시 | 어느 첫날에 | 오연희 | 2004.02.03 | 1046 |
| 378 | 시 |
당신
|
오연희 | 2004.02.14 | 1142 |
| 377 | 시 | 도너츠 | 오연희 | 2004.02.18 | 812 |
| 376 | 시 | 침묵속으로 | 오연희 | 2004.02.27 | 682 |
| 375 | 시 | 너는 | 오연희 | 2004.03.15 | 684 |
| » | 시 | 사진을 정리하며 | 오연희 | 2004.04.02 | 731 |
| 373 | 시 | 넌 언제나 머뭇거려 | 오연희 | 2004.04.09 | 662 |
| 372 | 시 | 어머니 | 오연희 | 2004.04.13 | 645 |
| 371 | 시 | 내 추억의 집은 | 오연희 | 2004.05.05 | 745 |
| 370 | 시 | 러브 담은 입술 | 오연희 | 2004.05.18 | 7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