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에서/오연희
잠시 쭈삣거리다가 마이크를 잡는다 사랑의 포로였던 그 시절 뜨거운 가슴으로 내 뿜던 비장의 무기 꺼낸다
고향 산천 은은한 배경 깔리고 싱그런 남녀가 나와 주고 받는 애틋한 눈길 그 절절한 사연의 주인공은 모두 푸르른 시절의 우리였다
가물거리는 노랫말도
엉겼던 가락도 실룩이는 몸짓이 움찔거리는 발가락이 소리보다 먼저 장단을 밟는데
시간 총총 흘러가고 젖은 가슴 뒤흔들던 조명등 꺼지면 쏜살같이 빠져나간 별하나 밤하늘에서 노래하고 있다
<문학세계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