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자전거/오연희
온 겨울을 덮어 주던 두툼한 이부자리
봄이 오면
겨울이야기 품은 솜은
뒷 마당 봄볕에 바삭거리고
아버지 자전거에 실린 이불호청
금오산 언덕배기 저수지로 떠난다
그 뒤를 엄마와 딸 넷 졸졸 따르면
길가 개울물도 장단 맞춰 재잘 거린다
빨래터엔 치맛자락 옹시 맨 아낙네들
조잘대는 수다에 연두빛 고이고
두들겨대는 방망이 장단에
산비탈 진달래 빼꼼이 고개 내민다
삶아 빤 눈부신 호청
돌담에 펄럭이면
건빵 봉지 조롱조롱 매단 아버지 자전거
봄보다 더 으시대며 온다
올 봄엔
부쩍 기운이 없으신지
목젖까지 올라 온 말 입술 사이로 새어 나가고
느슨해진 눈 껌뻑이며 선 잠 드신 아버지
팔십 평생 아버지와 동행하던 자전거
검버섯 가득한
푹 쭈그러든 다리로
마당 한구석에 비스듬히 누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