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 들면/오연희
잠자리에 들면
어둠의 손길에 덥석 낚아 채여
이대로 끝날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하는 날이 있다
이불을 바짝 당겨 올리고
몸을 웅크리면
캄캄한 동굴 속
뒤죽박죽인 집안 곳곳의 서랍들이
와르르 열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경멸의 눈초리
서늘하다
내가 뱉은 말들이
얽히고 설키어 탄생한
인간 하나
산 자들 입에 둥둥 떠 다닌다
갚지 못한 밥 한끼
구해야 할 용서
해명하지 못했던 순간들
후회와 다짐으로 막을 내리는
아침에 눈을 뜨면
물거품이 되고 마는
파노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