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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혜(타냐)시인의 바다를 다녀와서

지난 토요일(9월 15일) 미주 문협 회원들의 특별한 모임이 있었다. 아이 셋 뒷바라지에 엉덩이 붙일 틈도 없다며 방방 뛰던 타냐 시인이 문인 가족들을 초청한 것이다.

“항상 문인 여러분을 생각하면서도 행사나 모임에 잘 참석을 못해 죄송합니다.  어제 드디어 아이들이 개학을 했습니다. 저희들의 큰 딸, 슬기는 드디어(?)중학생이 되었고 준기는 4학년 그리고 막내 인기는 1학년이 되었습니다.이제 점심을 사 먹을 수 있다면서 좋아하는 인기를 바라보면서 세월이 빠르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껴 봅니다. 문득, 더 많은 시간이 흐르기 전에 여러분들과 함께 천천히 붉어지는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와인 한 잔 마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위의 초대글 만으로도 가슴 설레이는데 “혹 저녁 기운이 쌀쌀해 질지 모르니 자켓은 잊지 마세요.” 라고 덧붙인 마지막 구절에서는 타냐시인의 애교와 사람됨이 고스란히 배어났다.

2년 전까지는 거의 해마다 연세 지긋하신 문인들을 우선으로 초청해서 손수 만든 음식과 포도주를 대접했다는 따땃한 소문이 메아리처럼 울리고 있었다. 금빛 은빛 넘실거리는 아름다운 바다를 내려다보며 타냐시인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웬만한 분들은 금방 눈치챘을 것이다. 눈만 뜨면 이 길을 드라이브하는 타냐가 시인이 되지 않으면 무엇이 되었으랴!

작년 한해 거르고 다시 시작한 ‘타냐시인네 바다축제’에 많은 분들이 오셨다. 하늘 유난히 맑은 가을하고도 토요일, 이런저런 행사가 겹쳐 아쉽게도 오지 못한 분들이 계셨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의 발길이 타냐시인네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선 타냐네 집에 오시는 분들은 누구나 타냐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인줄로 착각하게 된다. 하이 소프라노톤으로 “하이~~~” 하면서 미끄러질 듯이 달려와 반기는 타냐의 표정에 넉다운 당하고 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씨의 충실한 돌쇠가 되기를 자청하신 타냐아씨의 낭군님, 그 ‘싸나이’ 다운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때 대개 제정신이 돌아오는데. 윤모 시인은 제정신이 어느쪽인지 파악을 못하고 있는 듯. “아씨보다 돌쇠님이 더 좋다!” 이런 간 큰 발언을 서슴치 않기도 한다. 하지만 타냐네 마당에 들어서면 가슴에 확 안겨 드는 바다, 그 너그러움에 모두 넋을 잃은 상태라 옳고 그르고를 따지는 인간성 나쁜 문인은 하나도 없다.

타냐네집 마당은 촘촘한 그린색 잔디로 덮여있는데, 그 아늑한 마당에 발을 들여놓으면 바다기운으로 온몸이 출렁이게 된다. 정신이 싸아해 지려는 찰라 아까 그 멋진 돌쇠싸나이가 다가와 진한 핏빛의 포도주를 한잔 권한다.

목구멍을 따라 흐르던 한잔이 가슴을 적실 때면 게슴츠레한 눈은 온통 저 바다 끝을 헤매게 된다. 핏빛과 주홍빛을 섞어놓은 햇덩이가 바다 속으로 오르락 내리락, 그 감질나는 유혹에 너나 없이 감탄의 괴성(?)이 흘러나오고…  한잔이 두 잔을 부르고 두 잔이 네 잔을 부른다.  알딸딸 해진 문인들 드디어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  우리가슴속의 불덩이고 저 바다 끝의 햇덩이고 모두 사라지고 만 것이다.  불덩이 햇덩이를 모두 삼킨 저 바다! 저 속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눈빛들 예사롭지 않지만 수영복을 가져오지 않은 관계로 뛰어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몇 개의 테이블 위에는 멕시코 분위기가 물씬 나는 원색의 줄무늬 테이블 덮개가 그녀의 귀걸이와 절묘한 매치를 이루었다. 우리입맛에 딱 맞는 멕시코 요리들로 우리의 입은 한껏 스포일 되고 있었고 타냐의 세병아리 슬기 준기 인기가 이끄는 어린이 사단은 그네가 있는 한쪽 마당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먼저 자리를 뜨는 분도 계셨지만 늦은 밤까지 끈질기게 자리를 지키는 못 말리는 젊은이(?)들로 인해 밤 11시까지 타냐네 바다는 잠들지 못했다. 파이어 플레이스에 불을 지핀 돌쇠사나이, 그의 매력은 점점 더해지고 어린이 사단 어른사단 할 것 없이 머시멜론을 구워서는  빨아라, 뜯어라, 상대의 입에 넣어주기에 바빴으니 갈고리 모양의 달도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늦잠을 자버린 타냐네 바다가 텔레파시를 보내왔기에 간단하게 몇자 적는다. 일년에 한번이라니 너무 하다. 다음에 올 때는 가족들도 함께 와라. 문인들이 오지 않는 바다는 의미가 없다. 그대들의 시가 되고 수필이 되고 소설이 되고 싶다.

처얼썩 철썩 가슴을 치면서 간절히 부탁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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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연희 2015.08.12 12:52
    김진학 (2007-09-24 19:14:43)

    읽기만 해도 운치가 절로 나는 풍경입니다.
    이렇게 늦게 추석날 아침에야 인사 올립니다. 많이 바빴다면 변명일게고, ㅎㅎ 암튼 무척 바쁜 날들이었습니다. 올해는 수강신청이 다른 해의 두 배나 되고,.. 암튼 이런 저런 일들로 추석날 아침에 인사 올립니다. 따뜻하고 뜻깊은 한가위 되십시오. 감사드립니다.



    오연희 (2007-09-24 21:55:26)

    선생님...오랜만이지요?
    저도...왜 이렇게 맨날 방방대면서 사는지 모르겠어요.ㅠ.ㅠ
    그런데...요즘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이 많나봐요?
    혹시..실력있는 교수님으로 정평이 나 있어서가 아닌가요?
    '예스'...ㅎㅎ
    선생님도 행복한 추석 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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