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뿐이네/오연희
핸들에 머리 박고 울다가
빵빵거리는 뒷 차 소리에
스스로를 달래가며
공원에 오던
그 때는
눈물 마를 날
하마 올까 했다
거꾸로 박혀있는 화병 바로 세워
꽃 꽂아 놓고
회한에 젖는 순간은
잠시
옛 동산에라도 오른 듯
탁 트인 주위를 둘러본다
잘 다듬어진 초록공원 여기저기
땅 아래로 방금 거처를 옮긴
이
여럿 보인다
한 몸 뒤척일 수도 없는 작고 낯선 집 지붕 위로
생 살 듬성듬성 보이는 잔디가
덮여있고
그 곁에
사람모양의 화환 몇 채
시체처럼 누워있다
땅 위의 인연 제 집으로 다 가고
꽃,
뿐이네